모처럼 봄기운이 가득한 주말이었습니다.

적당한 바람과 포근한 날씨는 사람들의 외출을 유혹하기에 충분했고, 전국의 주요 관광지와 유원지마다 봄 나들이객으로 북적였습니다.

동네 놀이터도 비슷한 풍경이 연출됐는데요. 아파트 단지와 학교, 공원 등 놀이시설이 있는 곳은 아이 손에 이끌려 나온 아빠와 엄마들이 한자리에 모이면서 시끌벅적한 분위기가 조성됐습니다. 아이들은 시간 가는 줄 모르며 놀고 어른들은 그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봤죠.

토요일이던 지난 19일, 동림리 주민들이 이용하는 놀이터에도 오랜만에 많은 손님이 찾아들었습니다.

하지만 일반 놀이터와는 사뭇 다른 기운이 감돌고 있었는데요. 걱정스런 표정으로 아이를 바라보는 어른들의 얼굴이 모든 걸 말해주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이따금씩 들리는 말.

“위험해!”

놀이터를 지켜본 30분 남짓한 시간 동안 가장 많이 듣게 된 단어는 바로 ‘위험’이었습니다. 아이를 위해 놀이터에 함께 나온 어른들은 하나 같이 “위험해”, “하지 마”라는 말을 습관처럼 하며 신경을 곤두세웠는데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미디어모현을 지속적으로 방문한 분들은 기억하실 겁니다.

지난해 11월 게재한 ‘고충처리프로젝트’ 2번째 미션 <‘용인시-광주시’ 경계에 놓인 놀이터, 아이들이 위험하다>에서 이곳 놀이터 시설의 안전문제를 다룬 바 있는데요.

얼마 후 정찬민 용인시장이 담당부서에 대책 마련을 지시했고, 12월 초부터 시청 담당 공무원들이 수차례 현장을 오가는 등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는 듯 했습니다. 이들은 용인과 광주를 가리지 않고 이해 관계자를 만나 협조를 구해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나 4개월이 흐른 지금까지 별다른 성과가 없었는데요. 이유가 뭘까요.

용인시청 안전총괄과 담당 공무원은 “마을 이장님들을 모두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니 놀이터 시설 개선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모두 공감하고 있다”면서도 “해결 방법에 대한 양쪽의 시각 차이가 커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했습니다.

앞서 전해드린 것처럼 경계지역에 위치한 이 놀이터는 행정구역상으론 광주시에 속해 있지만 실제 땅을 사용하는 사람들은 용인시 주민입니다. 때문에 지자체 차원에서 예산을 집행하는 것은 무리가 따를 수밖에 없습니다.

그나마 광주시 능평리 주민들이 마을개선사업으로 놀이터 시설을 정비해주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건물 철거를 전제조건으로 걸고 있어 추진이 어려운 상황입니다. 이곳에 건물을 세운 용인시 동림리 주민들이 철거에 대해서는 여전히 회의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죠.

‘경계의 한계’를 넘는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나 봅니다.

그 사이 놀이터는 더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는데요.

안전을 위해 임시로 출입통제 테이프를 부착했던 그네는 테이프가 제거돼 아이들이 그대로 이용하고 있었고, 그나마 멀쩡했던 회전무대(뺑뺑이)는 중심 기둥이 빠져 위험에 노출돼 있는 상태였습니다.

아이와 함께 놀이터를 찾은 주민 A씨는 “이 놀이터에서 많은 아이들이 다치는 걸 봤다”면서 “민원을 여러 번 넣었는데도 해결되지 않아 답답하다”고 호소했습니다.

또 다른 주민 B씨는 “위험한 줄 알면서도 주변에 놀이터가 없다보니 어쩔 수 없이 이곳을 찾게 된다”고 말했습니다.

안전을 위협하는 위험천만한 놀이터. 얼마나 더 많은 아이들이 다쳐야 해결이 될까요.

23일 오후 용인시 담당 공무원과 다시 한 번 통화를 시도했는데요. 그의 말에 기대를 걸어봐야겠습니다.

“놀이터의 현재 상황에 대해서는 광주시의 협조를 얻어 안전조치를 먼저 해놓고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협의를 해보겠습니다. 정 안 되면 저희 시장님과 광주시장님의 면담 자리를 마련해 방법을 찾아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