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우리 처인구에만 이런 시설이 들어와야 합니까. 저희는 참을 만큼 참았습니다. 제발 살게 좀 해주십시오.”

“모현IC 살려내니 제일 수혜자가 물류창고입니다. 40년 동안 규제 때문에 아무것도 못 하게 해놓고 이제 물류단지가 들어온다고요? 저는 강력히 반대합니다.”

모현읍과 경계에 위치한 경방 용인공장 부지에 민간업체가 대규모 물류단지를 개발하겠다고 하자 인근 지역 주민들이 반대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지난 26일 오후 4시 포곡읍사무소 3층 대회의실에서는 ‘용인 포곡스마트 물류단지계획’ 승인 신청 관련 합동설명회가 열렸는데요. 해당 사업 계획안과 전략환경영향평가 초안, 교통영향평가, 연계교통체계구축대책, 재해영향평가 등에 대한 내용을 주민들에게 설명하고 의견을 듣는 자리였습니다.

설명회에는 사업 시행사 임직원을 비롯해 관계 공무원, 주민 등 100여명이 참석해 높은 관심을 보였죠.

우선 이날 나온 주민들의 의견을 전해드리기에 앞서 이 사업의 흐름과 개요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국내 대표 섬유업체이자 100년 역사를 자랑하는 ㈜경방은 지난 1974년 지금의 위치인 포곡읍 삼계리에 용인공장을 가동하고 45년간 설비를 멈추지 않았는데요. 그런데 올해 들어 베트남으로 공장을 이전하기로 하면서 생산을 중단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최근엔 용인공장 부동산을 1550억에 매각했다는 내용이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졌습니다.

적지 않은 비용으로 이 부지를 사들인 기업은 올해 6월 설립된 특수목적법인(SPC) ㈜딩동.

물류단지 추진을 위해 일시적으로 만들어진 ㈜딩동은 사업비 1391억원을 들여 경방공장 부지인 삼계리 46번지 일원에 17만8503㎡ 규모로 단지를 조성한다는 계획인데요. 토지이용계획을 보면 메인 건물에 해당하는 물류단지시설용지는 전체 면적의 74.2%인 13만2507㎡에 달합니다. 나머지는 지원시설과 도로, 주차장, 오수처리장, 소공원, 녹지 등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이 기업이 내세운 사업의 목적은 해당 지역을 수도권 물류거점으로 만들고, 폐공장 부지에 체계적이고 계획적인 개발을 통해 도시기능 쇠퇴를 막겠다는 겁니다. 또 물류시설 집적화에 따른 물류비용 절감과 물류서비스 향상을 꾀한다는 나름의 큰 그림을 그렸습니다.

이미 지난 4월 한강유역환경청에 환경입지컨설팅 의견을 통보한 것을 시작으로 경기도 물류단지개발지원센터 자문과 국토교통부의 물류단지 실수요검증을 마친 ㈜딩동은 현재 물류단지계획 승인 신청과 전략환경영향평가서 초안을 접수한 상태입니다.

향후 관련 부서 및 유관 기관 협의와 경기도 물류단지계획 심의 등을 거쳐 내년 6월 물류단지계획 승인과 함께 착공에 들어간다는 계획인데요. 준공 예정은 2023년입니다.

이제 다시 설명회 현장으로 가봐야겠습니다. 이 같은 계획에 대해 주민들은 어떤 의견을 내놨을까요.

설명회에서 마이크를 잡은 주민 상당수는 물류단지 추진에 반대하며 저마다의 목소리를 냈습니다. 주로 경방 주변에 살고 있는 포곡읍 삼계리 주민이었는데요.

인근 우림아파트 입주민이라고 밝힌 A씨는 “축사에 소각장, 레스피아도 모자라 물류센터까지 들어서게 됐다”며 “왜 우리 지역에만 이런 시설이 들어와야 하냐. 삼계리·신원리 사람들 좀 살게 해달라”고 고통을 호소했습니다.

같은 아파트 입주민이라고 신분을 밝힌 B씨는 “모현, 포곡은 수질 때문에 40년 동안 규제를 받은 곳”이라며 “2년 전에 (세종포천고속도로) 모현IC 살려내라고 국토부 가서 시위를 했는데, 제일 수혜자가 물류단지라니 굉장히 억울하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경방 인근에 산다는 C씨는 “(삼계고등학교 개교 후) 출퇴근 시간대에 움직일 수가 없다”면서 “물류센터가 들어서면 교통난이 더욱 심해질 것”이라고 교통체증 악화를 우려했습니다.

반면, 인근 마을 이장들의 의견은 반대보다 찬성 쪽에 가까웠습니다.

모현읍 초부2리 대표로 마을 의견을 전한다는 D씨는 “경방이 들어서면서 기계 소음과 분진으로 인해 많은 스트레스를 받으며 살아왔다”며 “숱한 민원을 제기해도 해결방법이 없던 중 스마트 물류단지가 들어와 용인공원 진출입 도로를 확장해준다는 얘기를 듣고 마을 주민과 협의를 했다”고 운을 뗐는데요.

그러면서 “저희 마을에선 폐공장으로 남아있는 것보다 물류창고라도 들어와서 지역경제를 활성화한다면 그것으로 만족한다”며 “특별히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습니다.

포곡읍 삼계2리 이장 E씨도 “개인적인 생각은 (일자리를 만들어준다는데) 굳이 반대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며 “제대로 시행을 해주신다면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겠다. 조건부 찬성한다”고 했습니다. 여기서 ‘조건부’의 의미는 교통 문제 해소를 위한 지하도 건설을 긍정 검토해달라는 겁니다.

※. 삼계2리 이장 임기 만료에 따라 2020년 1월 3일부로 새로운 이장이 임무를 수행 중인 상태입니다. 오해 없길 바랍니다.

이런 가운데, 포곡 출신으로 알려진 정찬민 전 용인시장이 설명회를 찾아 자신의 입장을 밝혀 눈길을 모았습니다. 정 전 시장은 “남사면에 여기와 비슷한 물류센터가 들어섰는데, 계속 용도변경을 해서 (규모를) 늘려 문제가 되고 있다”면서 “절대 중간에 용도변경을 하는 사례가 있어서는 안 된다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어 “그런 일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선 모현과 포곡 주민들이 단체를 만들어 사전에 서로 소통하고 정보를 공유하는 채널 구축이 필요하다”며 주민들을 향해 귀띔하기도 했습니다.

한편, 이날 설명회에서 ㈜딩동 정인희 대표는 “물류단지 개발에 따른 교통, 환경 등과 관련해 주민들의 심려를 해결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약 1500명의 고용인원을 지역에서 우선 채용하는 등 상생하는 물류센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정 대표는 또 난개발 논란을 의식한 듯 “보존가치가 높은 임야를 훼손하는 사업이 아니라 낡고 흉물스러운 공장을 친환경 조경과 첨단시설을 갖춘 스마트 물류단지로 재정비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는데요. 이어 주민과 지속적으로 소통하며 스포츠시설, 도서관, 카페, 어린이집, 마을 쉼터, 공원 등의 설치를 적극 검토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본명은 박재영. 미디어모현 대표기자입니다. 용인시 모현읍 출신으로 크레이티브한 작업을 좋아합니다. 기획하고 취재하며 (촬영하고) 글 쓰는 일을 10년간 해왔습니다. 미모를 통해 지역과 세상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는 존재가 되길 꿈꿉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