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가 깨질 것처럼 아파요. 이 동네는 정말 사람 살 곳이 못 되는 것 같아요. 저는 용인시장님이 이해가 안 됩니다. 국민들에게 처인구는 사람 사는 동네가 아니니 절대 이사 오지 말라고 말씀을 해주셔야지 왜 우리 같은 사람들이 피해 보게 만드나요?”

시종일관 격양된 목소리였습니다. 그럴 수밖에 없었습니다. A씨가 모현면 일산리 신안인스빌 아파트에 이사 온 건 지난 3월입니다. 산과 강이 보이는 쾌적한 환경에 반해 계약을 하고 입주를 마쳤지만, 좋은 기분은 얼마 가지 못했습니다.

창문이 열리는 계절과 함께 큰 후회가 밀려오기 시작한 건데요. 한두 번이겠거니 했던 고통은 매일같이 이어졌고, 이 동네 주민이 된 건 A씨의 올해 가장 큰 실수였습니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똥냄새에요. 가축분뇨가 썩어 농축된 그런 냄새입니다.”

A씨는 “올여름 들어 손으로 셀 수 없을 정도로 냄새가 났다”며 “주로 공무원들이 퇴근한 시간인 오후 6시 반에서 7시 사이부터 나기 시작해 새벽 내내 악취가 진동한다”고 주장했는데요. 특히 토요일과 일요일 밤 최악의 상태를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다 아침만 되면 거짓말처럼 사라진다는 냄새. A씨는 그동안 여러 차례 민원을 넣었지만 비슷한 답변만 돌아오고 있다며 답답함을 호소했습니다.

모현면 주부들의 커뮤니티 ‘모현 엄마들의 이야기’ 카페에는 지난 7월부터 A씨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글이 지속적으로 올라오고 있는데요. 약 한 달간 게시된 악취 관련 게시물은 10여건에 달합니다. 댓글은 150건이 넘고요.

악취로 고통을 호소하는 회원들의 상당수는 862세대가 살고 있는 신안인스빌 아파트 입주민으로, 이들의 의견을 모아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구역질이 나서 창문 다 닫고 다녔어요.”
“곡성보다 더 무서운 데가 모현인 거 같네요.”
“똥냄새 때문에 사람이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새벽에 악취 때문에 3번이나 깼어요.”

섭씨 35도에 이르는 폭염과 열대야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심한 악취까지 더해져 이중고를 겪고 있는 주민들. 더위 때문에 창문을 열어 놓으면 코를 찌르는 악취로 잠을 못 이루고, 문을 닫으면 더워서 잠을 설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반복되자 짜증만 늘고 있습니다.

매년 여름마다 반복될 고통을 생각하면 당장이라도 이곳을 떠나고 싶은 심정인데요.

주민들은 용인시가 원망스럽습니다. 냄새의 성격을 보면 축산농가에서 발생하는 것이 유력해 보이지만, 악취의 원인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 한데다가 뚜렷한 대책 또한 내놓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 모현면 악취 문제를 담당하고 있는 부서는 모두 3곳인데요. 황당하게도 악취 원인에 대해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악취방지법을 다루는 등 악취 관련 총괄부서인 용인시청 기후에너지과 대기환경팀장은 “조사를 해봤는데 농촌지역이다 보니 퇴비를 쓰면서 냄새가 나는 것 같다”며 “어디 한 곳 때문은 아니고 복합적인 문제”라고 밝혔습니다.

악취 민원을 가장 많이 처리하는 처인구청 산업과 축산팀의 입장은 어떨까요.

담당 팀장은 “현장에 나가 측정을 해봤지만 꼭 돼지분뇨 때문이라고 할 순 없고 하수구 냄새라든지 여러 영향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어 “날씨가 뜨거워서 공기가 하늘로 올라가지 않고 가라앉아 있어 악취가 더 심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조금 지나면 아마 없어질 거니 조금만 참아 달라. 직원들도 민원이 많아 고생하고 있으니 이해를 해 달라”고 나름의 고충을 털어놨습니다.

마지막으로 처인구청 공원환경과 환경관리팀의 생각도 궁금했는데요. 역시 팀장의 말입니다.

“악취 관련해선 여러 가지 설이 있습니다. 그래서 현장에 나가보긴 했는데, 맡아보니 거의 축산 쪽 냄새더라고요. 하수처리장에서 발생하는 냄새는 축산 쪽이랑 달라요. 뭐라 설명하기 힘들지만 비슷한데 다릅니다. 저희는 비닐하우스 퇴비나 축산 둘 중 하나라고 보고 있습니다.”

최근 경안천에서 목격되고 있는 부유물은 악취와 관련이 없는 걸까.

공원환경과 환경관리팀장은 “하천에서 나는 냄새는 대체로 비린 편”이라면서 “지금 모현에서 발생하고 있는 악취와는 거리가 있다”고 했습니다.

주민들이 의심하고 있는 축산농가 등의 하천방류 의혹에 대해서는 3개부서 모두 입을 모았는데요. 지난해 9월 용인시가 선포한 ‘축산 악취와의 전쟁’ 이후 지도점검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고 처벌규정이 강하기 때문에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겁니다.

이런 가운데 모현면사무소는 자구책을 마련해보겠다는 심산입니다.

고영재 모현면장은 “다수 주민들이 피해를 보고 있어 가만히 있으면 안 된다는 생각에 면 차원의 대책회의를 계획하고 있다”며 “발생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돼지농가와 시설채소 작목반을 불러 교육을 하고 대책 방안에 대해 논의하는 시간을 마련하고자 한다”고 밝혔습니다.

용인시는 최근 모현면 일대 악취에 대해 현장조사를 벌였는데요. 그 결과 ‘복합적인 요인’으로 결론을 내리고 대책 마련에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미디어모현의 취재 결과 신안인스빌 아파트 인근 마을에 위치한 축산농장에서 악취의 원인으로 의심될 만한 정황이 나타났습니다.

용인시에 따르면 모현면 인근 축산농가는 포곡읍 유운리와 신원리 일대에 50여개, 모현면 갈담3리에 3개가 운영 중에 있습니다. 이 가운데 신안인스빌 아파트와 가까운 갈담3리 독점마을의 한 돼지농장 시설을 살펴봤는데요. 놀라지 마세요.

한눈에도 열악해 보이는 축사엔 꽤 여러 마리의 돼지가 사육되고 있는 가운데, 건물 뒤편으로 이동하자 앞쪽에선 나지 않던 악취가 코를 막아야 할 정도로 진동했습니다.

그리고 눈을 의심할 만한 장면이 포착됐는데요.

돼지 분뇨로 추정되는 오물이 비정상 관로를 따라 이동 중이었습니다. 양이 많을 경우 인근 하천으로 유입될 가능성이 충분해 보였습니다. 정상적인 방법은 분뇨처리시설을 통해 처리해야 하지만 일부가 다른 곳으로 배출되고 있었던 겁니다.

이 뿐만 아닙니다. 이곳에선 돼지로 보이는 가축사체 여러 마리가 방치돼 있는 모습 또한 확인할 수 있었는데요. 대부분 뼈만 남아 있거나 부패가 상당 기간 진행된 상태였습니다.

가축사체의 부패로 인한 악취도 생각해 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현행 ‘가축전염병예방법’에 따르면 가축 방역관 지시 없이 사체를 이동, 해체, 매몰 또는 소각해서는 안 된다고 정하고 있는데요. 만일 수의사의 검안 없이 가축의 사체를 방치한 것이라면 법 위반입니다.

※. 가축전염병예방법 제22조(사체의 처분제한) ① 제11조제1항제1호에 따른 가축 사체의 소유자등은 가축방역관의 지시 없이는 가축의 사체를 이동·해체·매몰 또는 소각하여서는 아니 된다. 다만, 수의사의 검안 결과 가축전염병으로 인하여 죽은 것이 아닌 가축의 사체로 확인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위반할 경우 300만원 이하의 벌금)

또한 폐기물관리법에도 저촉돼 최대 7년 이하의 징역이나 7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해당하는 무거운 처벌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단, 생활폐기물이 아닌 사업장폐기물로 해석될 경우입니다. 생활폐기물로 본다면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만 부과할 수 있고요.

물론, 이 같은 상황만으로 해당 돼지농장을 악취의 주범이라 할 순 없습니다. 그러나 마을 주민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의심은 더욱 커집니다.

“이 동네 10년 정도 살았는데, 저녁만 되면 습관적으로 문을 닫게 돼요. 특히 비올 때 냄새가 심하더라고요. 가끔 보면 위에서 이상한 색깔의 물이 내려오곤 하는데, 그게 똥물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어요.”

“해가 떨어지면 냄새가 살살 나기 시작해요. 기압골 때문에 그런 것 같은데, 자다가 짜증이 나서 깰 정도로 똥구린내가 장난 아니에요. 괘씸한 건 농장 주인은 냄새가 한창 날 때인 저녁에 퇴근하고 외국인들만 남아 있다는 거예요.”

“신안아파트 주민들도 고통을 겪고 있다지만 이 동네는 더 심해요. 나름 전원형 주거를 꿈꾸고 왔는데, 창문을 못 열고 사는 신세가 됐다니까요. 10여 가구가 사는 동네다 보니 민원을 넣는 것도 어려워요. 누가 넣었는지 찾아다니고 그러니 무서워서…”

이 마을 홍모 이장은 “농장에 항의하고 민원을 넣어도 쉽게 해결이 되지 않는다”며 “민원을 넣으면 오히려 죄인 취급을 하는 동네”라고 분통을 터트렸습니다.

홍 이장은 과거 민원을 넣었다가 마을의 한 농장 관계자로부터 협박까지 받았다고 주장했는데요.

“몇 년 전에 집으로 덩치 큰 남자 세 명이 찾아왔었어요. S농장 주인의 조카라는 이들은 자신들이 관공서에서 일하고 있다며 누가 민원 넣었냐고 막 나무라더라고요. 털어서 먼지 안 나오는 사람 있냐는 식으로…”

2011년 당시 S농장의 위법행위 자료들.

그날의 기억을 떠올리며 울컥한 그녀는 또 다른 이야기를 전했습니다.

지난해 이맘때 Y농장 정화조에 문제가 생겨 꽤 많은 양의 분뇨가 하천으로 방류됐었다는 겁니다. 그 증거로 사진을 제시했는데, 한번 보시죠.

유출된 가축분뇨가 경안천으로 유입되는 걸 볼 수 있습니다. 당시 악취가 너무 심해 마을에 한바탕 난리가 났었다는군요.

그런데요. 이런 사례가 그동안 수없이 있었다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이 마을 주민들이 털어놓은 놀라운 증언과 신안인스빌 아파트 입주민들의 집단 움직임 등에 대한 이야기는 아래 링크를 클릭해서 보세요.

본명은 박재영. 미디어모현 대표기자입니다. 용인시 모현읍 출신으로 크레이티브한 작업을 좋아합니다. 기획하고 취재하며 (촬영하고) 글 쓰는 일을 10년간 해왔습니다. 미모를 통해 지역과 세상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는 존재가 되길 꿈꿉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