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청은 지난 10일 ‘도, 데상트재단과 용인 일산리에 사회동호인 전용 야구장 조성’이란 제목의 보도자료를 언론에 배포했습니다. 내용을 살펴보면 대략 이렇습니다.

경기도 용인시 모현면 일산리에 사회동호인 전용야구장이 연내 조성될 전망이다.

남경필 경기도지사와 정찬민 용인시장, 김훈도 (재)데상트스포츠재단 이사장은 10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사회동호인 야구장 건립을 위한 양해각서’에 서명했다.

이날 협약에 따라 3개 기관은 올해 안으로 용인시 모현면 일산리 39-3번지 일원 9,500㎡ 부지에 야구장 1면과 부대시설로 구성된 ‘용인 무브베이스볼 파크’를 조성하게 된다.

“모현에 야구장이 들어선다? 이를 위해 경기도와 용인시가 함께 손을 잡았다고?”

핵심 내용이라 할 수 있는 세 문단만 살펴보면, 반가운 소식임이 틀림없어 보입니다. 지역발전을 갈망하는 모현 주민들로선 말이죠. 그런데, 다음 문단에서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는 문구가 등장하는데요.

해당 부지는 생활하수처리시설이 있는 곳으로 하수처리시설은 지층에서 처리하고 상부에 설치된 생태공원 일부를 야간 조명시설을 갖춘 정규 규격의 야구장으로 조성할 계획이다.

눈치 채셨나요? 야구장을 짓겠다는 부지는 다름 아닌 모현레스피아였습니다.

모현레스피아의 생태공원 일부를 야구장으로 조성한다는 건데요. 이 말은 이미 공원으로 조성돼 있는 땅을 밀고 그 자리에 야구장을 새로 짓겠다는 의미입니다. 그렇다면 일부가 어느 정도인 걸까.

다음 사진은 미디어모현이 입수한 야구장 계획평면도입니다.

지도상에서 축구장과 테니스장 사이의 공간이 현재 공원으로 조성돼 있는 부지인데요. 야구장 면적을 가늠해 볼 수 있는 흰색 선의 위치만 보면 공원의 상당부분이 야구장 계획 부지에 포함돼 있는 걸 확인할 수 있습니다.

용인시는 약 60%라고 하지만 지도상으론 공원 대부분이 야구장 부지에 들어가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엄밀히 말하면 ‘생태공원 일부’라는 표현보다 ‘생태공원 전부’라는 말이 더 어울릴 정도로 말이죠.

의아스러운 건 이뿐만이 아닙니다.

경기도와 용인시는 모현레스피아 부지에 이미 축구장과 테니스장 같은 시설이 설치돼 있어 야구장 조성과 함께 종합스포츠시설로 자리 잡을 것을 기대하고 있는데요.

그럼에도 공원부지 외에 현재 농구장과 족구장이 설치된 부지까지 포함했다는 건 아이러니합니다. 동호인이 활성화 돼 있는 테니스장은 애초 부지에서 제외됐지만, 실제 주민들이 즐겨 이용하는 두 체육시설이 포함된 거죠.

지역 주민들의 입장은 어떨까. 모현레스피아가 위치한 일산2리 이장을 만나봐야겠습니다.

8년째 이장을 맡고 있는 일산2리 외개일 마을의 임중현(55) 이장은 “주민들 대다수가 야구장이 들어서는 걸 반대하고 있다”면서 “현재 서명운동을 할지 플랜카드를 걸지 대응 방안에 대해 고심 중”이라고 했습니다.

임 이장은 “야구장이 모현 주민을 위한 것이라면 반대할 이유가 없다”며 “왜 주민들이 잘 이용하고 있는 녹지 공간을 없애는 거냐”고 목소리를 높였는데요.

“모현레스피아에 공원을 조성할 때도 몇 억이 들어갔을 거예요. 그런데 고작 5년 만에 왜 다시 없애느냐는 말이죠. 공원을 밀고 폐기물 처리하는데 또 1억이 넘게 들어간다 하더라고요. 모현에 제대로 된 공원도 없는데 그나마 만들어 놓은 걸 없애려고 하니 이해할 수 없는 노릇입니다.”

그는 이어 주차 문제를 지적했습니다.

“지금 조기축구회 4팀만 와도 주차장이 포화상태인데 야구장이 건립되면 주차난으로 도로가 아수라장이 될 게 뻔합니다. 지금도 좁아서 위험한데 그땐 어떻게 되겠어요?”

그럼 이쯤에서 용인시의 입장을 들어봐야겠는데요. 사업 주무부서인 용인시청 체육진흥과 관계자와 잠시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우선 야구장 건립이 확정된 상태인지 궁금했습니다. 확정됐냐는 질문에 관계자는 “그렇다”고 답했는데요. 지금부터 질의답변 일부를 문답식으로 정리해 보겠습니다.

Q. 다른 지역도 많은데 야구장 건립을 굳이 모현레스피아 부지에 하는 이유가 뭔가.

A. 토지 보상비가 들어가지 않는 곳을 검토했다. 야구장 부지는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땅이 필요한데, 적합한 부지가 모현레스피아였다. 그리고 옆에 축구장과 테니스장이 있어 같이 연계해 체육공원화 하면 좋겠다 싶어 검토하게 된 거다.

Q. 공원을 없애고 그 자리에 야구장을 건립하는 게 사실인가.

A. 그렇다. 대신 옆에 소공원을 조성할 계획이다. 지금 조성돼 있는 생태공원을 보면 나무 상태도 안 좋고 벤치나 다른 휴게시설도 상태가 좋지 않다. 분수대도 옛날 시설이라 아이들이 뛰어다니기도 어렵다. 야구장 옆에 공원이 새로 조성되면 산책로 같은 녹지공간이 줄어드는 대신 시설이 좋아지는 장점이 있다.

Q. 현재 공원에 대리석이 많이 설치돼 있는데, 모두 철거되나.

A. 철거를 하긴 하지만 재활용 가능한 것들은 다 재활용 할 거다. 철거 과정에서 수거한 대리석은 용인시 전체 관공서에 뿌리게 되는데, 재사용 할 수 있는 곳을 찾아서 가져다주게 될 거다.

Q. 공원이 옆으로 옮겨지면, 놀이터도 이설되는 건가.

A. 지금 설치돼 있는 놀이터는 시설 상태가 좋지 않다. 아쉽지만 이설하게 되면 사용하지 못한다. 나중에 소공원을 조성한 뒤 주민들이 필요하다고 하면 설치할 계획은 있다.

Q. 농구장과 족구장은 어떻게 되나.

A. 농구장은 활용도가 없어서 철거할 예정이다. 족구장은 많이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어 테니스장 옆에 펜스까지 설치된 정식 족구장을 만들 계획이다.

Q. 야구장은 주민들도 이용할 수 있는 건가.

A. 물론이다. 사회동호인야구장으로 짓긴 하지만 용인시 조례에 따라 용인시 체육시설은 무조건 개방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주변에 사는 어린이나 주민들은 언제든 와서 쓸 수 있다. 단, 동호인이 와서 예약하고 사용할 때는 이용할 수 없다. 지금은 모현에 동호회가 없지만 야구장이 생기면 분명 동호회가 생길 거로 보고 있다. 다만 지역주민에 대한 우선권은 없기 때문에 동호회가 생기더라도 반드시 예약을 해야 사용 가능하다.

Q. 주차 문제에 대한 대책은 있나.

A. 나중에 주차장 70대 이상 확보하는 걸로 계획을 잡아났다. 2층으로 올리는 방법 등 여러 부분을 검토 중이다. 주민 의견을 최대한 반영해서 진행할 예정이다.

용인시의 입장을 간단히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공원은 야구장 옆 비어있는 부지로 옮길 계획으로 규모는 작아지지만 시설은 더 좋아지니 주민들 입장에서 나쁠 건 없다. 또, 농구장은 완전히 철거되는 반면 족구장은 펜스까지 설치된 시설로 업그레이드 될 예정이다. 주차장도 새로 짓기 때문에 크게 문제될 건 없다.

그러나 임중현 이장은 용인시가 내놓은 대책에 전혀 동의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공원을 화장실과 테니스장 사이 삼각형 부분에 옮겨주고 족구장도 구석에 하나 만들어 준다고 하더라고요. 기존에 있는 땅 안에서 해결하다 보니 규모가 작아지는 건 당연하죠. 저희는 대체 토지를 매입해 그만큼의 공원과 시설을 만들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임 이장은 또 “용인시는 지금 돈이 없으니 나중에 차차 해주겠다고 한다”면서 “공원이나 체육시설, 주차장, 도로 모두 야구장 건립과 동시에 추진해야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같은 조건이 모두 충족되면 반대할 이유가 없다는 건데요. 모현 야구장 건립,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한편, 모현면사무소는 지난달 24일 야구장 건립 문제로 이장단 임시회의를 개최했다는데요. 이 자리에서 임중현 이장을 비롯한 일산리 지역 이장들이 반대 의견을 내놨지만, 타 지역 이장들이 찬성 입장을 보이면서 건립 쪽으로 여론이 기울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임 이장은 “찬반은 논하지 않고 거의 일방적 통보에 가까운 회의였다”며 “반대하지 않은 이장들도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게 아니라 면장님이 추진하고 시에서 추진하는 일이니 어쩔 수 없이 따른 것”이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시장님 치적을 세우기 위해 밀어붙이기 식으로 추진하는 것 같다”고 말했는데요. 임 이장은 공사가 강행될 경우 실력행사를 할 수도 있다는 입장입니다.

‘용인 무브베이스볼 파크’(모현 사회동호인 야구장) 건립사업은 용인시가 부지제공을 하고 데상트스포츠재단이 야구장 시설비 6억을 부담하는 형태로 추진되며, 완공 후에는 용인시로 기부채납 돼 시에서 운영을 맡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