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그네’, ‘가정’, ‘이별가’ 등으로 유명한 청록파 시인 박목월 선생(1915∼1978). 그의 묘소가 모현에 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모현면 초부리에 위치한 공원묘지 ‘용인공원’에는 오래 전부터 박목월 선생이 잠들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지난 5월 선생의 묘소 앞에 작은 정원이 마련됐는데요. 박목월 선생의 아들이자 문학평론가인 박동규 서울대 명예교수(76)가 자비를 들여 ‘박목월 시의 정원’을 조성한 겁니다.

박 교수는 선친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정원을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약 830㎡ 부지에 조성된 정원은 8개의 시비(詩碑) 등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시비는 각기 다른 크기를 가진 대리석에 유리판이 부착된 형태인데요. ‘나그네’, ‘가정’, ‘먼 사람에게’, ‘어머니의 언더라인’, ‘임에게’, ‘청노루’ 등 박목월 선생의 초기부터 말기까지 작품이 고르게 새겨져 있습니다.

이 가운데 ‘가정’은 박목월 선생이 직접 쓴 육필이 새겨져 있어 눈길을 끕니다. 원래 제목은 ‘겨울의 가족’으로 선생이 1960년대 노트에 쓴 초안을 재현한 것이라네요.

박동규 교수는 이처럼 시를 통해 선친이 영원히 기억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시비가 있는 정원을 조성한 것이랍니다. 금세 시들어버리는 꽃을 놓는 대신 아버지의 시를 새겨놓으면 ‘살아있는 묘지’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 거죠.

교과서 혹은 시집에서만 보던 박목월 선생의 시를 그가 잠든 곳에서 만나게 되니 새삼 기분이 묘했는데요. 박 교수의 말처럼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서 시를 읽고 저마다의 상처를 치유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합니다. 아이들과 둘러보기에도 좋습니다.

한편 박목월 선생의 본명은 박영종인데요. 변영로 시인의 호 수주(樹州)의 한자 부수인 ‘목(木)’에 김소월(김정식) 시인의 호 소월(素月)에서 따온 ‘월(月)’을 합쳐 ‘목월(木月)’을 필명을 삼았다고 하네요.

선생이 시인으로 등단한 건 1940년입니다. 정지용 시인에 의해 ‘문장’지에 작품이 실렸기 때문인데요. 당시 정지용 시인은 추천 글을 통해 “북에 김소월이 있었거니 남에 박목월이가 날만하다”라고 극찬했습니다.

이후 박목월 선생은 박두진, 조지훈 시인과 함께 청록파를 결성하고 ‘청록집’을 발간하는 등 주옥같은 작품을 많이 남겼습니다.

어느덧 뜨거운 여름이 가고 시와 어울리는 계절 가을이 다가왔는데요. 박목월 선생이 잠들어 있는 시 정원을 찾아 그의 작품을 감상해 보는 건 어떨까요. 올해는 특히 선생의 탄생 100주년이라고 하니 더욱 의미 있는 시간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박목월 시의 정원’은 모현면 초부리 용인공원 내에 자리해 있으며, 자세한 위치는 현장의 용인묘원 관계자에게 문의하면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습니다.

본명은 박재영. 미디어모현 대표기자입니다. 용인시 모현읍 출신으로 크레이티브한 작업을 좋아합니다. 기획하고 취재하며 (촬영하고) 글 쓰는 일을 10년간 해왔습니다. 미모를 통해 지역과 세상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는 존재가 되길 꿈꿉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