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9일, 한글날입니다.

2년 전 다시 빨간날이 되면서 이제는 누구나 잊지 않고 지나갈 수 있게 됐는데요. 세계 유일의 문자기념일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오늘 하루만큼은 한글의 우수성을 기리면서 세종대왕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요.

그런 의미에서 저희도 오늘은 한글과 관련된 내용을 전해드리고자 합니다.

한글날을 앞두고 가진 회의에서 다양한 의견이 오갔는데요. 신조어, 은어, 비속어 등 잘못 사용하는 우리말을 조명하고 모현중학교 국어 선생님에게 의뢰해 바른 표현을 알아볼까. 아니면 한글날과 관련된 뭔가 의미 있는 이벤트를 준비해볼까. 여러 아이템이 나왔지만 문제는 시간이 부족하다는 것이었습니다.

결국 빠른 시간 안에 할 수 있는 주제를 생각했고, 그렇게 나온 것이 ‘한글 지명’이었죠.

그런데 아쉽게도 모현면의 모든 지명은 한글이 아닌 한자였습니다. 모현에는 총 8개의 법정리가 있는데, 전부 한자로 조합된 지명이었습니다.

갈담리(葛潭里) / 능원리(陵院里) / 동림리(東林里) / 매산리(梅山里)
오산리(吳山里) / 왕산리(旺山里) / 일산리(日山里) / 초부리(草芙里)

하지만,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한글로 된 지명이 많았다고 전해지는데요. 모현 역시 과거에는 한글로 된 지명이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 법정리에 속한 여러 행정리 안에는 각각의 자연마을이 있고, 그 마을들의 옛 이름은 분명 순우리말이 아닐까 싶었죠.

참고로 자연마을의 지명은 대개 자연환경, 역사, 문화, 사회 등 시간적·공간적 특징을 반영하고 있기 때문에 그 마을의 역사와 지리적 특징 등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하네요.

그래서 찾아보게 된 ‘모현면지’.

지난 2003년 용인문화원에서 발행한 모현면지는 모현면의 실상을 조사해 기록한 책으로 역사, 인물, 환경, 경제, 문화 등 1400페이지에 달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우리가 알고 싶은 내용은 ‘제9편 구비전승’에 나와 있는데요. 바로 첫 장에 지명유래에 관한 내용이 있었습니다. 여기에는 모현면 8개 법정리와 그 안에 있는 자연마을의 유래가 모두 담겨있습니다.

그럼 지금부터 각 자연마을의 한글 이름을 살펴보겠습니다. 전부 한글을 한자로 바꾼 형태로 해당 지역에 사는 주민들에겐 친숙한 이름이 아닐까 싶습니다.

1. 능원3리 ‘우명동(牛鳴洞)’ = 소우리

능원리에 속한 우명동마을의 원래 이름은 ‘소우리’ 또는 ‘소리’였다고 전해집니다. 그래서 능원3리에는 윗소리마을과 아랫소리마을이 있는데요. 인근 마을에서 소를 기르는 집이 많았는데 소 울음소리가 여러 곳에서 들려온다 해서 ‘소우리’라 했고, 이를 한자로 표기해 우명동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는군요.

2. 매산4리 ‘상촌(上村)’ = 윗고밀

매산리는 1914년 행정구역을 개편하면서 ‘고매곡’과 ‘상마산’을 합쳐 지명을 정했다는데요. 매산리4리에 위치한 상촌마을은 고개의 위쪽에 있었다고 해서 불리게 된 ‘윗고밀’을 한자로 표기한 이름입니다. 윗고밀은 윗고매곡에서 와전된 속명이라 하고요.

3. 매산2리 ‘진해촌(眞海村)’ = 참바대

매산리에 딸린 마을 중 진해촌은 매산2리 지역을 말합니다. 이곳은 원래 ‘참바다’라는 지명을 한자로 표기한 것으로 참이라는 뜻의 진(眞)과 바다의 방언인 ‘바대’를 한자로 옮긴 말인데요. 마을의 지형이 바다처럼 넓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4. 오산1리 ‘양촌(陽村)’ = 양짓말

마을 산기슭에 오달제 선생을 비롯해 오명항, 오윤겸, 오희문 등 해주오씨 묘소가 자리 잡은 것이 발단이 된 오산리에는 양촌마을이 있는데요. 현재 오산1리 지역으로 오산리 마을 중에서 가장 양지쪽에 자리한다 해서 ‘양짓말’이라 불렸고, 이것을 한자로 옮겨 양촌이라 했다고 합니다.

5. 왕산3리 ‘석자포(石子浦)’ = 돌자개

외대사거리가 위치한 왕산3리를 석자포마을이라 하는데요. 경안천변에 위치해 강변에 자갈이 많았다 해서 ‘돌자개’로 불렀던 것을 한자 그대로 표기하면서 석자포가 됐습니다. 돌석(石)자에 아들자(字), 그리고 포는 우리말의 고어로 개가 된다는군요.

6. 왕산4리 ‘장전평(長田坪)’ = 긴밭들

왕산4리 장전평마을은 옛날 방어사(防禦使)를 지낸 정씨가 은거하면서 마을 앞의 긴밭을 점유하고 농사를 지었다고 해 ‘긴 밭들’이라고 불렀다는데요. 이를 한자로 옮기면 장전평이 돼 오늘날 왕산4리를 장전평이라 부르고 있습니다.

7. 초부4리 ‘상초하(上草下)·하초하(下草下)’ = 새래

초부리에는 상초하마을과 하초하마을이 있는데요. 초부4리인 상초하는 원래 ‘새래’라고 불리던 마을이었다고 합니다. 억새풀을 뜻하는 새래를 한자로 표기하다 보니 초(草)가 되고, 새래의 위쪽 마을과 아래쪽 마을을 각각 상초하와 하초하로 부르게 된 겁니다.

모두 7개 마을의 뜻과 한글 이름을 알아봤는데요. 이쯤에서 궁금해지는 게 있습니다. 그렇다면 모현면의 지명은 무슨 뜻일까.

사실 모현의 원래 이름은 쇄포였다고 합니다. 쇄포란 이름은 삼으로 직조한 베와 목화에서 뽑아낸 실로 직조한 무명 천을 잿물에 삶아내고 물에 담갔다가 햇볕에 널어 빛이 바래도록 포쇄하던 곳이라고 한데서 유래하는데요.

그래서 오랜 기간 쇄포면(灑布面)이라고 불리다가 조선시대 초기 ‘고려시대 충신’ 포은 정몽주 선생의 묘소를 능원리로 이장하면서 “충신을 사모한다”는 뜻으로 모현면(慕賢面)이라 했다고 합니다. 그때가 1411년이라고 하니 모현면은 6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한다 할 수 있겠습니다.

본명은 박재영. 미디어모현 대표기자입니다. 용인시 모현읍 출신으로 크레이티브한 작업을 좋아합니다. 기획하고 취재하며 (촬영하고) 글 쓰는 일을 10년간 해왔습니다. 미모를 통해 지역과 세상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는 존재가 되길 꿈꿉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