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현면 주민들이 모여 취미생활로 시작한 수채화교실이 어느덧 10년의 세월을 넘겼습니다. 주민들은 어느새 프로작가 뺨치는 실력을 갖게 됐고, 2012년부터 매년 ‘흐름전’이란 이름의 전시회를 열고 있습니다.

지난 10일부터 14일까지 용인포은아트갤러리에서는 모현면 주민자치센터 수채화교실 회원전인 ‘흐름전’ 6번째 전시가 있었는데요. 수채화교실 회장 이충재(58.왕산리)씨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겨울은 기다림의 계절이잖아요. 모든 식물들이 싹을 틔우기 위해 잠을 자며 봄을 기다리고 있다는 뜻에서 이름을 침묵이라고 지었어요. 장소는 외대 명수당에 있는 메타세콰이어길인데, 그 길 자체가 매력이 있더라고요.”

이씨가 이번 전시회에 선보인 ‘침묵’이란 작품에 대한 설명입니다. 그는 이 그림 외에 ‘기상’, ‘여름휴가’까지 모두 3점의 작품을 출품했습니다.

제6회 ‘흐름전’에서는 이충재 씨의 작품을 포함해 120점의 그림을 감상할 수 있었는데요. 회장을 맡고 있는 이씨가 전시장 대관을 위해 동분서주한 끝에 수채화교실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전시를 열게 됐다는군요.

30대에서 80대까지 평범한 주민이 수강하고 있는 모현주민자치센터 수채화교실 프로그램은 지난 2007년 1월 1기를 시작으로 현재 44기까지 만 11년째 운영 중입니다. 모현 출신인 정덕문 화백이 강사로 나서 매주 월요일마다 30명의 회원들을 지도하고 있죠.

이충재 씨는 “선생님 댁이 모현이라서 책임감도 있고 변함없이 지도편달 해주신다”면서 “무엇보다 가족적인 분위기가 좋다”고 말했습니다.

모현에서 7대째 살고 있는 이씨는 현재 왕산6리 이장님이기도 합니다. 평생 농사만 지어온 삶이기에 뒤늦게 시작한 그림이 쉬울 리 없었을 텐데요.

“처음엔 많이 힘들었어요. 하라는 대로 잘 안 되니 도리가 없어 그냥 발만 담그고 있었지 뭐에요. 그런데 수업 등록을 해놓고 참여하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되더라고요.”

이씨의 실력이 부쩍 늘게 된 건 공모전과 전시회를 출품하면서부터입니다. 이때부터 수채화의 매력을 알게 됐다는군요.

“그림을 그리다 보니 수채화는 맑고 투명한 느낌으로 자기만의 세계를 담을 수 있다는 게 좋더라고요. 제가 생각한 대로 표현이 잘 됐을 때 그림만 봐도 뿌듯하고 편안한 감정을 느끼죠. 또 하나의 매력은 그림에도 나이가 있다는 거예요. 5년 전에 그린 그림을 지금에 와서 똑같이 그리려고 하면 잘 안 돼요. 숙련도에 따라 느낌이 다르다는 게 좋더라고요.”

평소 산을 좋아해 풍경 위주의 수채화를 많이 그린다는 이충재 씨는 “앞으로도 계속 붓을 잡을 계획”이라며 “환갑 때 작게나마 개인전을 열어보고 싶다”고 밝혔는데요.

이는 그가 수채화를 그리기 시작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마을 이장으로 동네 경로당에 가보면 어르신들이 특별한 취미 없이 무료하게 시간을 보내시더라고요. 노후에 뭘 하고 지낼까 생각하다 찾은 게 수채화였어요. 적성에 딱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재미를 느끼고 사람들과 유대감 있게 지내는 것만으로도 좋은 것 같습니다.”

이제는 같은 꿈을 품은 사람들과 함께 모여 시간을 보내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는 이씨. 마지막으로 특별히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습니다.

“저희처럼 순수하게 취미생활 하는 분들이 저렴하게 전시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면 좋겠습니다. 전시회를 준비하다 보면 항상 금전적인 문제가 걸려요. 이번 흐름전은 공모사업에 선정돼 그나마 할 수 있지 않았나 싶어요. 전시 대관료가 항상 걱정입니다.”

이충재 씨는 회장으로서 ‘흐름전’을 10회까지 끌고 가는 것이 가장 큰 목표라며 이 같이 전했는데요. 그의 꿈이 실현되는 그날을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