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현면 외대사거리 용인방면 우측 코너에 방치된 2층 컨테이너 건물. 아마 왕산리 혹은 일산리 주민들은 잘 아실 겁니다.

경안천 바로 옆에 자리한 이 건축물은 사진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유리창이 대부분 파손돼 있습니다. 주민들의 접근이 용이한데다 문이 강제 개방된 탓에 건물 안은 온갖 쓰레기로 가득 차 있는데요. 내부를 한번 들여다볼까요?

깨진 액자, 부서진 의자와 고무대야 등 폐기물이 보입니다.

바로 옆 공간엔 비닐로 씌워진 각종 쓰레기를 비롯해 폐현수막, 심지어 변기까지 버려져 있습니다.

바닥은 유리 파편이 널려 있고, 소주병과 담뱃갑도 눈에 들어옵니다.

건물 밖 또한 온전한 상태가 아닌데요.

언젠가부터 컨테이너가 불법 광고물 게시대로 전락하면서 여러 장의 홍보 현수막이 건물외벽을 뒤덮고 있습니다.

자리를 내준 현수막은 너저분하게 바닥을 뒹굴고, 앞마당엔 광고 목적의 차량 2대가 장기 주차 중입니다.

인근 상가건물 입주민들은 이 건축물이 최소 6년 이상 방치돼 있었다고 입을 모으고 있는데요. 일부 왕산리 주민들의 주장에 따르면 10년, 아니 그 이상이 넘었을 수도 있습니다.

6년이든 10년이든 기간은 그다지 중요한 게 아닌 것 같습니다

문제는 왜 이 같은 건축물이 모현의 상징적인 곳이자 유동인구가 많은 외대사거리에 흉물로 방치돼 있냐는 건데요. 이유가 급 궁금했습니다.

토지 소유자와 컨테이너 건물 소유자를 알아보면 자세한 내막과 해결방법을 찾을 수 있겠죠? 일단 해당 부지의 지번을 알아봤습니다.

검색 결과 ‘왕산리 799-5’ 또는 ‘799-38’에 건축물이 위치해 있는 것으로 보였는데요. 바로 대법원 인터넷등기소를 통해 소유자를 조회해 봤습니다.

‘용**’ 잉? 이건 용씨 성을 가진 사람이거나 용인시라는 의미인데, 이곳이 하천 바로 옆에 있는 것으로 보아 용인시 소유일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그런 거라면 컨테이너 주인은 하천점용 허가를 받은 뒤 가설건축물 허가를 받고 사용했어야 정상적인 상황. 하지만 장기간 방치돼 있다는 건 비정상적인 경우일 겁니다.

역시 그랬습니다.

용인시에 문의해 보니 해당 부지는 용인시 소유의 땅으로 하천점용 및 가설건축물 허가와 관련된 기록이 전혀 없었습니다.

그렇다면 명백한 하천법, 그리고 건축법 위반입니다.

이제 조치를 취할 일만 남았습니다. 아니, 당연히 그럴 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바로 이 점이 발목을 잡았는데요. 무슨 이야기냐고요?

불법 건축물 지도를 담당하는 처인구청 건축허가과 관계자는 “안 그래도 민원이 수차례 들어와서 시정명령을 보내려고 건축물 소유자를 수소문했지만 찾을 수 없었다”면서 “임의로 치우고 싶어도 개인소유의 재산이기 때문에 어떻게 할 수가 없다”고 했습니다.

이 말을 해석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해당 컨테이너가 당초 허가를 받지 않은 불법 건축물이기 때문에 소유자에 대한 정보가 없고, 주인을 찾지 못하는 상태에서 건물을 함부로 건드렸다가 소송에 휘말릴 수 있어 행정적 조치를 내리지 못한다는 겁니다. 용인시의 재산이 침해받고 있는데도 말이죠.

행정대집행으로도 안 되는 걸까.

건축법 제85조 ‘행정대집행법’ 적용의 특례 조항은 “허가권자는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로서 목적을 달성하기 곤란한 때에 해당 절차를 거치지 않고 대집행할 수 있다”고 명시해놨는데요.

제5호에 “그 밖에 공공의 안전 및 공익에 심히 저해되어 신속하게 실시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경우”라는 문구가 있지만, 해석이 애매해 적용할 수 없다는 겁니다.

하천법은 어떨까요. 담당 부서인 처인구청 건설도로과 하천관리팀에 문의한 결과 마찬가지의 이유로 조치가 어렵다는 답변을 받았습니다.

담당 공무원은 “해당 부지가 용인시 땅이고 하천구역 내에 있어서 위반 행위에 대해 하천법으로 처리가 가능하다”면서도 “행위자를 파악하지 못하면 원상복구 등의 행정조치를 내릴 수 없다”고 했습니다.

건축법, 하천법 모두 현행 법규로는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 결론입니다.

“법이 잘못했네~”

오랜 기간 사용하지 않아 심하게 훼손되고 노후화된 컨테이너. 그로 인해 주민 안전을 위협하고 도시 미관마저 해치고 있지만 손 쓸 방법이 없다니 답답한 노릇인데요.

“안전사고가 터져야 대집행이 가능하다”는 구청 관계자의 말에 더 이상 할 말이 없어졌습니다.

주민이 심각한 피해를 입거나 불법 행위자인 컨테이너 주인이 나타나지 않는 한 철거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현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 그로부터 두 달 뒤인 5월 25일 문제의 외대사거리 컨테이너가 철거됐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 링크를 클릭해보세요.

본명은 박재영. 미디어모현 대표기자입니다. 용인시 모현읍 출신으로 크레이티브한 작업을 좋아합니다. 기획하고 취재하며 (촬영하고) 글 쓰는 일을 10년간 해왔습니다. 미모를 통해 지역과 세상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는 존재가 되길 꿈꿉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