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현읍을 지나는 전철. 아니, 모현에 전철역이 생길 수 있는 철도 노선의 새로운 안이 나왔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경강선을 따오는 방안입니다. 분기 지점은 경기광주역이 아닌 삼동역인데요. 지난달 30일 모현읍 전철 추진위원회 간담회에서 나온 용인시 도시철도과 박형열 과장의 발언부터 보시죠.

“고속선에 해당하는 수서~광주 일반철도도 가져오기 어렵고, 위례~삼동 간 지자체 시행 광역철도도 에버랜드까지 끌고 내려오기 어렵습니다. 그러면 우리 입장에서 마지막 방안이 경강선 일반철도를 삼동역에서 분기해 에버랜드, 남사로 내리는 겁니다. 그림이 거의 완성됐고, 10월 14일까지 경기도에 건의할 예정입니다.”

※. 경강선 : 경기도 시흥시 월곶역과 강원도 강릉시 강릉역을 연결할 간선 철도. 현재 ‘성남~여주’ 구간과 ‘원주~강릉’ 구간으로 나뉘어 있다.

앞서 용인시는 수서~광주 복선전철 연장 추진과 이에 대한 연구용역을 시작했다고 밝힌 바 있는데요. 기존에 밀던 위례나 수서에서 오는 선로가 아닌 제3의 노선을 꺼낸 겁니다.

※. 용인시 철도망 구축계획 연구용역
① 동백~GTX 용인역~성복역~신봉동(L=15km, 도시철도)
② 수서~광주선 연장(L=43.3km, 일반철도)
③ 기흥~광교 용인경전철 연장(L=6.8km, 도시철도)
■ 용역 기간 : 2019년 7월 12일 ~ 2020년 7월 11일
■ 용역사 :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산학협력단

어찌 된 영문일까요? 먼저 백군기 용인시장이 지난해 6.13 지방선거 당시 공약으로 제시한 내용을 살펴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용인시가 홈페이지에 공개한 민선7기 공약사업 실천계획서를 보면 ‘용인시 권역별 도시철도망 구축 추진’에 수서~광주선을 에버랜드를 넘어 남사까지 연장하는 안이 담겨 있는데요. 시는 이 노선을 2021년 발표되는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담기 위한 노력을 벌일 예정이었습니다.

사실 수서~광주 연장선은 정찬민 전 시장이 재임하던 2017년 본격 추진이 이뤄진 노선입니다. 그해 3월 용인시가 광주시와 업무협약을 체결하며 ‘수서~광주~에버랜드’ 노선을 국가철도로 추진해 줄 것을 국토교통부와 경기도 등에 적극 건의한다는 방침을 정한 바 있습니다.

백 시장의 공약은 여기서 몇 발자국 더 나아간 건데요. 에버랜드로 연장할 경우 14.4km였던 노선 길이가 남사까지 내린다는 계획을 세우면서 43.3km로 3배가량 늘어났습니다.

그리고 가능한 노선이 하나 더 있습니다. 용인시가 차선책으로 생각하고 있던 안은 제3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16~25)에 추가검토 사업으로 반영된 위례~신사 연장 노선입니다. 위례에서 에버랜드로 연결되는 30.4km 길이의 복선전철이죠.

용인시는 그간 이 노선에 관심을 두지 않았는데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국가 시행이 아닌 지자체 시행 광역철도로 추진 중인 사업이라 수천억에 이르는 건설비와 운영비를 시가 부담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가운데 최근 경기도성남시, 광주시가 에버랜드까지 계획돼 있던 노선을 삼동역에서 끊어 우선 추진하기로 하면서 용인시와 더욱 멀어졌습니다.

경기도·성남시·광주시는 지난달 16일 ‘수서~광주, 위례~삼동 조기 추진을 위한 공동건의문’을 채택한 데 이어 관련 협약을 체결했는데요. 이날 채택한 공동건의문에는 위례~신사선 연장사업의 경제성 확보를 위한 각 시의 개발계획 반영과 기획재정부 예비타당성 조사 대상 사업 선정 검토 등의 내용이 포함됐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당초 위례~신사선 연장사업은 위례에서 에버랜드까지 연결하는 노선으로 추진됐으나, 성남시와 광주시가 손을 잡고 삼동역까지 10.42km 구간만 우선 연장하는 방안을 세우게 된 겁니다. 용인시배제한 명분은 긴 사업 구간에 따른 경제성 부족이었습니다.

지난 2017년 2월 예비타당성 조사 대상에 ‘위례~에버랜드’ 노선이 선정되지 못하면서 사업에 차질을 빚어왔다는 것이 양 지자체의 입장인데요.

이쯤에서 모현읍 전철 추진위원회 간담회 현장으로 다시 돌아가 보겠습니다. 이날 간담회에선 3개 지자체가 협약을 맺는 과정에 시의 과실이 있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추진위 허진 위원(처인개발시대 대표·공인중개사)은 “용인시에서 공직을 맡고 계신 분들이 민의를 대변하시는 분들인가 의심이 든다”면서 “위례~에버랜드 노선이 제3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들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경기도와 광주시, 성남시가 협약할 때 용인시는 뭐했냐”고 답답함을 호소했습니다.

그는 이어 “용인시가 협약할 때 끼었어야 했는데, 못 끼었다는 과실은 인정하냐”고 따져 물었는데요.

이에 도시철도과 박형열 과장은 “과실이 아니다. 사전협의를 했는데 합리성을 제시하지 못했고, 우리가 내세울 수 있는 자료도 없었다”며 “제가 성토 받으러 온 건 아니지 않냐”고 울분을 토했습니다.

박 과장은 또 “3차 계획에 들어가 있는 건 추가검토 사업이지 본사업이 아니다”라면서 “추가검토 사업본사업의 반영 여부는 천지차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나름대로 다른 방안을 찾고 찾아 내놓은 게 경강선이라고 밝혔습니다.

모현읍 전철 추진위원회 위원장 역할을 맡고 있는 문승종 이장협의회장은 “경강선으로 검토하신다고 했는데, 그렇다면 위례선은 전혀 반영될 수 없는 건지 궁금하다”고 되물었는데요.

박형열 과장은 “성남시광주시가 용인으로 내리는 걸 반대하고 있다”면서 “설사 내린다 해도 시가 부담해야 할 건설비4000억 정도 된다”고 사실상 어렵다는 뜻을 내비쳤습니다.

시의 입장을 종합해봤을 때 위례~신사선 연장은 ‘모현 전철시대’ 시나리오에서 90% 이상 배제됐다고 봐도 무방하겠습니다. 100%를 채우지 않은 건 먼 훗날 누군가 ‘삼동~에버랜드’ 노선을 추진할 가능성이 작게나마 열려 있기 때문입니다. 희망 고문일지 모르겠지만 말이죠.

그렇다면, 용인시가 계속 추진해오던 수서~광주 연장선에서 방향을 틀어 경강선으로 향하게 된 이유는 뭘까. 박형열 과장의 이야기를 더 들어보겠습니다.

수서광주선은 일반철도입니다. 수서에서 고속열차(SRT)를 경부선 쪽으로 내리는 기능을 하고 있습니다. 수서에서 출발해 경기광주역에 서고 동쪽으로 이천 부발을 거쳐 강릉으로 가게 되는 겁니다. 국가 입장에서는 고속철도를 장거리로 운행하려고 하는데, 용인에서 그 고속열차를 남사까지 내려달라고 하는 상황이죠. 우리로선 명분이나 합리적 타당성이 맞지 않아요. 그런 어려움이 있습니다.”

그의 말이 사실이라면, 그동안 용인시가 추진한 수서~광주선 연장은 ‘헛수고’였던 걸까요? 이 같은 어려움은 최근 국토교통부를 비롯한 관계 기관과 협의하는 과정에서 인지하게 됐다는 것이 박 과장의 설명입니다.

결국, 필요한 건 명분이라는 건데요. 용인시는 경강선의 경우 명분 싸움에서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삼동역에서 남쪽으로 분기해 선을 끌어내리면 국가 시행 철도로서 그림이 그려진다는 얘깁니다. 에버랜드, 남사에서 끊는 게 아닌 동탄까지 연결해 현재 추진 중인 ‘동탄~안성~청주공항’ 고속화철도와 이어보겠다는 구상인 거죠.

이와 함께 제3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반영된 평택~부발선을 용인의 한 지점과 연결해 가로축을 완성한다는 계획입니다.

박형열 과장은 “경강선을 세로로 내려 동탄에서 청주공항까지 가는 노선과 만나게 하면 일반철도로서 기능이 성립하게 된다”며 “여기에 평택부발선이 이어지면 용인 동부권에 크게 열십자 그림이 그려지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박 과장은 경강선 분기의 경우 태전·고산지구를 경유해 내려간다면 광주시도 적극 협력하겠다는 의사가 있었다고 했는데요. 그는 “결과적으로 경강선이나 위례선, 수광선 모두 모현 지역을 지나가는 것은 똑같다”고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계획은 계획일 뿐, 중요한 건 경제성 분석 결과가 어떻게 나오냐는 것이겠죠?

용인시가 내년 7월까지 진행하는 철도망 구축계획 연구용역에서 이 결과가 나올 예정인데요. 통상적으로 B/C(비용 대비 편익) 1.0AHP(종합평가) 0.5를 넘겨야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할 수 있습니다.

참고로 제3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 본사업에 포함된 수서~광주 노선은 지난 7월 기획재정부가 한국개발연구원(KDI)에 의뢰한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B/C 1.24, AHP 0.695를 받아 통과하면서 사업이 확정됐습니다.

이제 글을 맺어야겠습니다. 모현 전철시대를 위한 용인시의 계획과 과제는 뭘까요.

우선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반영할 용인시의 구상안을 경기도에 제출해야 하는데요. 시한은 이달 15일입니다. 이어 경기도의 검토가 시작되고, 시는 올해 말까지 경제성 분석 결과 등을 포함한 추가 자료를 국토교통부에 보내야 합니다.

각 지자체로부터 철도사업 계획안을 받은 국토부는 내년 한 해 동안 분석에 들어가고 2021년 최종 발표하게 되죠. 모현 전철시대의 현실화 가능 여부는 이때 판가름 납니다.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 반영은 2030년 안에 사업 시행이 가능하다는 걸 의미합니다.

'국가철도망 구축계획' 개념 정리

물론, 계획에 반영된다 해도 첫삽을 뜨기까진 예비타당성 조사라는 큰 산을 넘어야 하고 기본계획과 실시설계 승인을 거쳐 예산을 확보해야 하는 과정이 남아있습니다. 모든 게 원활히 추진돼 착공이 이뤄진다 해도 약 5년의 공사 기간을 기다려야 전철을 탈 수 있게 됩니다.

박형열 과장은 “철도사업은 아무리 빨리 서둘러도 12년이 넘을 정도로 오래 걸린다”며 “(1차 관문인) 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 반영을 위해 행정적으로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며 전했습니다.

한편, 모현읍사무소 소회의실에서 열린 이날 간담회에는 모현읍 전철 추진위원회 위원 10여명과 윤희영 모현읍장, 용인시 도시철도과 박형열 과장, 용인시 주택정책과 임세종 팀장이 참석했는데요. 위원 중에는 한국외대 관계자도 포함돼 있었습니다.

모현읍 전철 추진위는 지역주민들이 자발적으로 구성한 단체로 이날 간담회가 첫 공식 활동 자리이기도 했습니다.